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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루

(@rachel050118)

[일상/텐]편지

하얀 편지지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채 지우개 가루와 흑연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무얼 써야 할까. 편지를 쓸 때마다 생각되는 고민이었다. 처음 쓸때야 많았지. 몇년이 지난 지금은 잊지 않고 쓴다는게 다행일 정도다. 이미 떠나버린 당신들에게 허비할 편지지가 아깝다는 몇몆 사람들의 수근대는 소리가 야속해 궁시렁대면서도 텐은 꾸준히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할로윈이 다가왔다고, 벌써 몇년전인가. 호박을 박박 파내 만든 호박등에 구멍을 뚫어 머리에 진한 호박내가 묻어날것도 감수한채 믹을 놀렸던게, 사탕을 뿌리던 하임 뒤를 졸졸 쫓았던게 당장 어제일같이 눈에 선했다. 추억은 이내 눈망울에 고이기 시작해, 편지지에 눈물 자국 나면 안돼. 굳게 다짐하며 볼펜을 꾹꾹 눌러썼다. 

같이 가꾸던 화분에 피어난 해바라기가 제 노란빛을 뽐내며 햇살을 받고 있던 얘기 하며, 이번에 친구의 사건을 맞게 됐는데, 그게 잘 안된다며 한탄도 흘렸다. 그래도 다른 사건들은 잘 해결하고 있다고. 예전의 그 텐이 아니라며 익살스레 쓴 문장도 몇몇 보였다. 할로윈은 죽었던 사람들이 살아나기도 한다며 선배들은 왜 안오냐고 은연중에 투정도 부렸다.

한참을 고민하다 조그맣게 말을 남겼다. 이번 할로윈도 같이 보냈으면 좋았을텐데. 그제서야 막아뒀던 둑이 터지듯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때 약속했잖아요. 할로윈에도 일했으니까, 봄이 되면은 같이 벚꽃을 보러 갈꺼라고. 하지만 왜 16년이 지난 봄에도 저 혼자만이 있을까요. 어렸던 소년은 의젓한 부장이 되었고, 여기도 많이 변했어요. 같이 보러가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그런데 모든게 다 있는데, 당신들만 없네요. 매서운 겨울을 이기지 못한 우리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시린 봄을 맞았다. 다시금 그 기억이 머리속을 헤집고, 눈물샘을 두드렸다.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당신들을 회상할 물건들은 많았지만, 정작 당신들을 나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당신들과 함께한 날들은 가장 반짝였던 날이었어요. 그때만큼 깨끗이 웃었던 적은 없었던거 같아요. 마지막 줄이었다. 여기까지 귀찮아서 읽을려나. 어느새 한참을 늘어난 편지를 보며 키득거렸다.

하얀 편지지를 예쁘게 포장했다. 스티커도 빠짐없이 붙였다. 할로윈이니까 사탕도 몇개 붙였다. 각자 좋아하는 맛으로 하나씩.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먹어요."

눈물 자국 가득한 얼굴로 입술을 달싹이며 목 끝까지 차오른 말 중에 고르고 고른 말이었다. 차마 그 무덤까지 갈 수가 없었다. 그저 발 밑에 상자에 차곡차곡 그 편지를 넣을 수밖에 없다. 이미 가득 찬 상자에 편지를 우겨넣었다. 아래쪽에 있는 편지들은 물에 젖었다 마른 탓에 부스럭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이번 편지가 깨끗한거에 잠시 우쭐거리게 되기도 했다. 이 편지가 어디에 있던지, 사랑받을 당신들에게 잠시 스쳐가는 편지가 되길 바라며, 상자는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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