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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 까마귀

하진

(@Hajinnni__)

[패러디.텐,구웨네(feat.체르타)] 재회(再會)

믿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 내게는 아직 시간이 부족한 것일지도. 웨네리타나를 관할하던, 완벽에 가까웠던 그 팀을. 혼자 살아남아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을 그 사건을. 일어나보니 그 아이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던 그 아픔을. 이제는 털어놓을 수 있을까. 마르니카르타에는 ‘할로윈’이란 날이 있다고 들었다. 실제로 그 시기에 가면 마르니카르타에서는 그것을 위한 행사를 준비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던 것도 아니었으니. 로제로카르타에도 그런 날이 있다면 그때 그 대단했던 아이들을 다시 한 번 더 볼 수 있었을까. 그런 걸 생각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16년 전, 살고자 했던 다른 아이를 두고 너를 살렸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너는 어쩌면 나를 미워할지도 모르는 것이겠지. 하지만 어쩌겠니. 내겐 그 아이보다 중요한 너였으니까. 전에 말했던가, 나는 영적인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다고. 네 주변에 항상 이맘때쯤이면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말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너라면 믿지 못할 것 같았던 데다가 나아가던 상처를 다시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건드려봐야 좋을 것도 없으니, 그리고 그날이 또 돌아왔어. 올해의 그 날은 내게 찾아오는 네가 쓸쓸해 보이고도, 쓸쓸해 보였어. 주변에 보이는 것들로 인해 내게는 네가 그리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나로 인해서 살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네 생명을 연장했고, 살고자 했던 그 아이는 나로 인해서 죽음을 맞이했다.

 

- “ 단장.ㅡ, 단ㅈㅡ ”

 

쓸데없이 늘어나는 생각에 옆에서 네가 부르는 소리마저 듣지 못했나 보다. 푸른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네게로 시선을 옮겼다. 날카로운 두 눈은 너를 향했고, 고개를 살짝 흔들며 네게 말했다.

 

“ 잠시 다른 곳에 정신을 두었구나. 그래서 텐, 어디까지 이야기했었니. ”

- “ 오늘 왜 그래? 무슨 일이라도 있어? 평소에는 말 안 해도 알아채던 사람이 그렇게 못 알아들으면 걱정된다고……? ”

“ 나라고 일에 집중 못 하는 일도 없을 거로 생각한 거라면 조금은 과대평가한 것이 아닌가 싶구나. 할로윈, 마르니카르타 이야기가 어떻게 로제로카르타까지 흘러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할 수 없는 일인 데다가, 내가 말린다고 네가 안 하겠니. ”

- “ 어, 그럼 허락한 거죵? 나 진짜 해요? ”

“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 뒤를 봐주겠다는 건 나였고, 그런 건 내게 허락을 맡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었나 싶은데. 개인적인 이벤트 정도라면 네 관할 부장 권력을 사용해도 되는 거 아니었을까, 텐. ”

- “ 그거야, 괜히 했다가 단장한테 피해가 가지는 않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본 거지. 저번에도 다 봐준다 해놓고 스트레스 푸니 어쩌니.. 막말했잖아……? ”

“ 그건 네 잘못 아니었니? 네가 여하 단원이라는 걸 한 번 더 생각했더라면 그렇게 큰일이 일어나서 나한테 보고가 올 정도는 아니었겠지. ”

- “ 악, 그만! 알았어. 알았다니까? ”

“ 볼 일 끝났으면 가 보렴, 너도 일이 꽤 쌓였을 것 같은데 여기서 괜히 시간 낭비하는 것보단 가서 일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구나. ”

 

 죽은 자가 부활하는 날, 정확히 말하자면 죽은 자의 혼이 이승에 떠돌 수 있는 기간. 네 주변엔 전 웨네리타나 아이들이 보여, 텐. 유난히도 이 기간에 네가 힘든 이유도 이와 관련된 것이겠지. 설령 이걸 말하면 너는 내가 미쳤다 생각하지 않을까, 해서 차마 말하지는 못하겠구나.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나라고 해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니 말이다. 푸른 머리카락을 헝클고는 알림이 잔뜩 떠 있는 탭을 바라보았다.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타이트하게 짜인 일정은 일 분이라도 늦으면 계속 밀려서 야근 행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그 날이었을 뿐이고. 눈앞에 길을 잃고 방황하는 아이를 두고 외면 할 수 있었을까. 다른 이들 말고, 혼자만 살아남아버린 그 아이를 내가 외면 할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일에 대한 내 속죄였고, 네가 알게 된 날. 아니, 나는 네가 이 사실을 언젠가 꼭 알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있으니. 그 때 나라는 사실을 부정하길 바랐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지금은, 적어도 네가 길을 잃지 않길 바랄 뿐이고. 나가려는 너를 무슨 이유로 잡았을까. 평소에는 그저 할 말만하고 돌아가는 네 뒷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적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주의를 끌었던 건 남아있지도 않은 할 말을 지어내야만 했다.

 

 “ 죽은 자가 살아 돌아 올 수 있는 날. ”

 - “ 방금 뭐라고ㅡ ”

 “ 말한 적 있던가. 영적인 걸 볼 수 있다고. ”

 - “ 단장이 무슨 영매야……? 그런 걸 보게……? ”

 “ 그러게 말이다. 할로윈. 그 시기에 네 주변은 행복으로 가득 찼구나. 부럽게도. ”

 - “ 그게 무슨 말이야, 알아듣게 좀 얘기 해 봐. ”

 “ 아직 네가 모르는 건, 몰라도 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네가 자연스레 알게 된다면 그 때 알아야하는 것이겠지. ”

 

 푸른 눈으로 너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날카로운 눈빛이 너를 향했고, 그것은 곳 네 주변에 있는 령들에게로 네게 알려도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괜히 돌려서 거절했다. 네게 행복한 것들로 가득 찼다는 말을 하고서 한 순간에 무너뜨려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실상 이 시점에서 내 스스로 그것을 밝힌다고 하더라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스스로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야만하고, 그러한 죄책감은 범인을 잡으려드는 저 아이 스스로도 가지고 있을게 분명하였으니까. 그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보다는 나았다. 저 아이가 무슨 짓을 하던, 징계를 먹어야하던, 퇴출을 당해야하던. 그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지고 막아서고 있으니. 물론 그것만으로 그 일을 모두 속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었다. 그랬다간 내 얼마 없는 양심이 사라질 것 같으니 둘러대는 진실일 뿐이었고, 어차피 16년 전 그 일에 관련해서는 언젠가 저 아이 스스로 알게 될 것임을 확신하였기에. 

 

 - " 단장, 서로 안지가 얼마나 됐는데 난 아는 게 없어. 심지어는 내가 알려고 하는 것도 스스로 알아보라고 만하지, 별 다르게 나한테 주는 것도 없잖아. 맨날 그런 식으로 회피, 또 회피. "

 " 네가 알아야하는 건 알아야하지만, 알지 않아도 되는 거라면 몰라도 된다고 생각해. 내가 알아야하는 건 네가 말 할 진실이고, 네가 알아야하는 건 내게 말 할 진실이 아니니. "

 - " 윽, 맞는 말만해서 싫어. 내가 진실을 말하면 그에 상응하는 걸 줘야하지 않을까용? 나도 무작정 찾기만 몇 년짼데. "

 " 내가 범인을 알고, 말해준다고 해서, 네가 뭔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니. "

 - " 당연한 거 아니야……? 사형대에 오르게 해서 벌 받게 해야지. 마음 같아서는 죽도록 패버리고 싶은데, 내 고유마나로 없애버리고 싶은데 안 되는 거 아니까 참고 쳐 넣겠다고. 잡을 때까지 단장도 기다려 준다며, 그러니까 참겠다고. “

 

 ' 네가 찾는 그 범인이란 사람이 바로 사형을 집행하는 본인인데. '

 

 텐 주변의 아이들이, 전 웨네리타나 관할 아이들이 노려보는 시선을 느꼈다.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가지라는 말일까. 내가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내 능력으로 인하여 그렇게 된 것은 맞으니 내가 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그 사건 현장의 모든 증거는 나를 가리키고 있었고, 범인을 찾지 못하는 것은 그 것에 대한 정보가 부족 할 뿐이었다. 찾아주길 바라지만, 찾지 않길 바란다는 냥, 정보조차 건네지 않는 것은 무슨 심보일까.

 

“ 텐, 16년 전 그 사건에 휘말린 아이들은 항상 네 곁을 지키고 있을 것이고, 어떤 상황에서는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을지 모르겠구나. 그저, 이 말을 하고 싶었어. ”

- “ 진짜 오늘 이상해, 말에 집중도 못 할뿐더러 이상한 말만 하는 것 같잖아. 안 그래? ”

“ 그저, 내 변덕이라 생각해주면 좋겠구나. 어떻게 생각한다면 네게 줄 수 있는 정보의 한계이기도 하고. ”

- “ 뭐……. 사람이 변할 때도 있는 거겠지. 정보는 잘 받아갈게용~? 할로윈 파티 관련해서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단장은 손대지 말고, 이건 우리 웨네리타나 1본부에서만 하는 거니까. 단장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다른 관할에는 말하지 말아줘. ”

“ 네가 알아서 한다니까 따로 태클을 걸지는 않겠지만, 다른 관할에 피해만 가지 않게 한다는 전제하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

 

정말 말도 안 되는 변덕이었다.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고, 말한 다고 해서 나, 혹은 너한테 이득이 되는 것 또한 아니었다.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었고, 해야 하는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너한테 저 말을 한 것은 어떻게 생각한다면 조금 더 진실에 다가가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라고 예상해 보았다. 그저 시원하게 말하였으면 좋겠지만,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들이 내 입을 막았고, 덮어버렸다. 말하지 말라는 듯 가려버린 입은 텐, 네게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하였어. 내 의지가 아닌, 그 현장에 있었던 아이들이 그런 것이었고, 그건 네가 조금이라도 상처를 덜 받길 원한 것이 아닐까 싶어. 누가 뭐라고 해도, 너 만큼은 다시 상처받지 않기 바라는 것이 아닐까. 나보다도 날카로운 눈초리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어.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들이기에 눈을 가렸지만, 그마저도 불편하다고 하니 잘랐던 것, 최근에 유난히도 피곤했던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도로 길 자니, 그 과정이 불편하였기 때문이었기도 하고, 막상 잘라보니 그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저 아이 스스로도 그들과 다시 재회할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더더욱 범인을 잡는 일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 테지만, 항상 곁에 그들이 있음을 안다면 네 반응이 어떨까 생각함에도, 나를 보는 눈은 차가운 그들일지라도, 내게만 보이는 것일지라도, 아마 저 아이가 가장 슬플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곁에서 웃어주는 존재가 아닐까. 네가 알길 바란다면 그건 너무 큰 바람이었다. 언젠가는 알게 될 거라 마냥 믿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그들과 다시 재회하는 그 날, 할로윈. 평소에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날만큼은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길 내심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뒤돌아 단장실을 나가는 네 뒷모습을 보며, 그리고 텐 옆에서 같이 웃어주는 전 웨네리타나 아이들을 보며 슬쩍 입가를 올렸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웃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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