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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qaa233)
[패러디/프시히X멜리] 0
장미(壯美)
; 숭고(崇高), 외경(畏敬) 따위의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미(美).
사랑하지 않은 한순간을 끊임없이 후회해.
그날 네가 앉았던 의자와 네가 짚었던 벽, 그리고 네가 말했던 모든 것들이 되묻고 있어. 목적과 과정을 모두 상실한 걸음걸이를 보고서도 그 요청을 거부했어야만 했냐고.
너의 죽음은 슬퍼하는 일도 축복하는 일도 만만치가 않네.
어떤 웃음은 시간보다 더욱 짙어서 허상마저도 힘을 가져. 그게 너의 죽음을 곡해하는 이유도 될 수 있을까.
너에게서 보았던 찬란한 봄, 멜리만이 가질 수 있는 빛, 온 마음을 내걸고 뛰어들어도 좋았던 그 어린 날의 안전한 소망. 모두 너의 실재를 알리고 있어.
소망은 고유 마나보다도 멜리 당신이지 않을까.
지금 네가 있는 그곳에도 너의 장미에 빠져 사는 이가 있을 거야.
같은 시간 위를 오래 걷고 싶은 마음과 더 많은 색채의 웃음을 보고 싶은 욕구, 그 중심에서 너는 일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존재하겠지.
예전에는 이해 안 되던 문화가 동경되기 시작했어.
일 년에 단 하루, 할로윈이라 불리는 그날에는 저승의 문이 열려 죽은 자가 산 자의 세상으로 올 수 있다고 믿는 거야.
대대적인 행사여서 길가에 괴물의 형상을 한 마르니가 아주 많았지. 악독한 괴물이 오히려 겁을 집어먹도록 기기묘묘한 가면을 썼어.
답답할 정도로 고요한 거리는 모든 것이 고여있는 듯해서 어떤 괴물이 튀어나온대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으니,
나는 마르니의 전략이 성공적이었다고 봐. 실제로 죽은 자가 산 자와 같은 시간, 같은 세상에 머물 수 있다면 말이지.
요즘은 가벼운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고 하지만 어찌 됐든,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믿음인 거야.
죽은 자와 만나기를 끊임없이 소망하고, 동시에 두려워하는 건 마르니의 본능이기도 할까. 마르니가 빼앗긴 건 마나를 이해하는 능력뿐이 아닐 수도 있겠어.
막연한 믿음 하나로도 살아갈 종족. 내가 생각하는 마르니는 그래.
꾸준한 믿음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도 있을까. 그러한 가능성이 마르니를 향한 창조주의 사랑의 증표일까.
네가 있는 곳이 이왕이면 마르니 카르타였으면 좋겠어.
너는 소망의 멜리니까, 그곳에서도 한 번 빌어봐. 뭐든지. 네 소망의 가장 깊은 곳에 지금도 내가 살고 있을지 궁금해졌어.
나는 창조주에 대한 오해를 종종 만들어.
사실 우리는 가장 큰 죄를 범했고, 그 벌로 믿음과 소망이 없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예전처럼 우리의 소유물을 빼앗지 않음은 더욱 깊은 죄 속에 살게 하시려는 것 아닌가. 스스로를 죄 속에 살게 만든 안일함으로.
그리고 너는 이 죄악뿐인 세상에서 유일한 소망이 아니었나.
어디에서도 피지 않으니 언제가 되어도 지지 않는 영원한 꽃.
파란 장미는 매일을 멜리라는 소망을 품고 살아가. 보란 듯이 널 피워내고는 그날 단 하루를 살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너를, 지치지도 않는지.
너는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했지만 사랑과 가장 어울리는 아이였어. 언젠가 돌아올ㅡ너의 백 번째 날을 진심으로 축하해.
마르니와 같은 믿음을 가져서라도 네가 살 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할게. 나의 축제가 아닌 우리의 축제가 될 때 파란 장미의 꽃말은 기적이 될 거야.
이 소망이 멜리 너라면, 내 소망이 너에게 있다면, 내게도 모습을 보여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