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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핼러윈. 죽은 자들이 산 자의 세계에 찾아올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죽은 자와 산 자의 길이 겹쳐지는 유일한 시간.

 

 

 

 

 

 

나는 내가 죽고서 첫 핼러윈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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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분 와주세요!"

 

핼러윈을 맞아 이곳, 죽은 자들의 세계, 프누르카르타는 분주했다. 로제로카르타에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러 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세계를 나누는 경계에 몰렸다. 로제로카르타로 간다고 해도 고작 30분 동안 머물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저마다의 기대를 품고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물론 그 미소 띤 인파 속에는 나도 있었다.

 

죽은 자가 로제로카르타로 가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세계와 세계를 나누는 경계에서 잭 오 랜턴을 받는다. 그리고는 잭 오 랜턴에 불을 붙이고 프누르카르타와 로제로카르타를 이어주는 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랜턴은 죽은 자의 길잡이로, 랜턴의 불이 꺼지면 죽은자 들은 돌아와야 했다.

 

"세니카 루 에이델린님 맞으시죠? 아시다시피 산 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 그들의 일에 간섭하는 것 모두 불가합니다. 이를 어길 시 영구적으로 혼이 소멸되니까 주의하시고, 좋은 여행 되세요."

 

"네, 고맙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관리자에게 랜턴을 받았다. 문 밖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딛자, 순간 경치가 뒤바뀌며 일그러졌다. 가는 길의 주변에는 난생처음보는 기괴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곳은 숲이기도, 초원이기도 했으며 가끔씩은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럴 때는 조금 두려워져 랜턴을 쥐고는 눈을 감고 달렸다. 사랑하는 내 남편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몇 번을 눈 감고 뛰다보니 어느샌가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로제로카르타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동시에 주변이 울렁거리더니 다시 공간이 반전되었다.

도착한 그곳에는 나를 두렵게 하던 기괴한 나무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가고 싶었던 그곳, 로제로카르타가 펼쳐져 있었다.

 

'다시는 못 올 줄 알았는데.'

 

잘 도착했다는 안도와 죽은 사람이 되어서 이곳에 다시 왔다는 감정이 뒤죽박죽 섞이면서 오묘한 감정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그 감정에 취해있을 틈조차 없었다. 나는 길을 따라 도착한 이 낯선 장소가 어딘지 몰랐다. 분명 로제로카르타는 맞는데, 이 장소에는 와본 적이 없었다. 정갈한 색의 벽지와 문, 그와 대조되는 휘황찬란한 핼러윈 장식까지 다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나는 슬며시 앞에 있는 회색의 문으로 다가갔다. 문의 옆에는 '히아센 엠' 과 '미스터 펭귄' 이라는 명패가 위 아래로 나란히 붙어있었다. 아마도 저 두 사람의 사무실이거나 방인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딘지는 알아야 하니까, 일단 들어가 볼까?'

 

다른 사람의 공간에 들어가는 것이 잘못된 일인 건 알지만 이번 경우는 어쩔 수 없다.라고 자신을 달래며 문을 열었다. 하루도 채 안되는 소중한 시간을 여기서 낭비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똑똑 실례합니다~"

 

들릴 리가 없는 말소리와 함께 들어간 방 안은 난잡했다. 책상 위 여기저기 어지럽혀져 있는 파티 용품들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방의 주인들이 핼러윈 준비를 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모양이었다. 몇 분뒤, 나는 파티용품 사이에서 수십 장의 서류더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웨네리타나 관할 사건 목록]이라고 쓰인 그 서류의 뒷면 하단부에는 조그맣게 '여하단'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명예의 트럼프도 아닌 여하단이라니. 하필이면 왜 이런 곳에 떨어진 걸까. 이제 이곳의 위치를 알았으니 근처 어디라도 가볼까. 그렇게 방을 나서려고 등을 돌린 순간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방 문이 열렸다.

 

"아직 눈 뜨면 안 돼요! 아저씨는 선배 눈 좀 잘 가리고 있어봐요!"

 

"잔소리하지 말고 빨리해! 내가 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열린 문에서는 160쯤 되어 보이는, 어딘가에서 많이 본듯한 어린 남자아이 하나와, 눈 밑의 문신이 인상적인 은발의 남자 하나, 그리고 그 남자에게 얼굴이 반쯤 가려진 채로 끌려온 흑발의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순간 그들에게 모습을 들킨 것 같아 허둥지둥 몸을 숨겼다. 하지만 곧 그들이 나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안도하며 슬며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손에든 잭오랜턴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내가 아무리 눈에 안 보일지라도 대놓고 그들 옆에 있으면 뭔가 어색할 테니까. 그 사이 작은 남자아이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유령 가면을 쓰고 몸에 검은 천을 둘렀다.

 

"빨리, 이제 손 떼요! 하나, 둘, 셋 Trick or treat! "

 

아이의 신호에 맞춰 은발머리의 남성이 손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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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네가 어떻게 여기...."

 

 

 

 

분명 란이었다. 내가 잘못 볼 리가 없었다. 몇 년을 같이 붙어 다녔는데. 머리가 검은색이라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았다. 염색 마법을 쓰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니까. 지금 중요한 건 지금 저 무리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남자가 란이라는 사실이었다.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만나고 싶었는지 모른다. 가슴속에서부터 무언가가 소용돌이치며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너무 슬퍼서 울고 싶은데, 죽은 자의 몸은 울 수가 없었다.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데, 할 수가 없었다. 당장 달려가서 껴안아주고 싶었다.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내 죽음으로 고통스러워했을, 한없이 여린 너를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는 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다. 나는 방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나는 왜 이제서야 봤을까. 침대 위 수많은 종이비행기를. 내가 알려준 방법 그대로 한쪽 날개를 크게 접은 비행기들은 너의 아픔만큼 쌓여갔겠지. 나는 아직 빳빳한 새 종이를 어루만졌다. 손에는 아무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다. 밀려오는 허망함에 고개를 숙였다. 다시 너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 맞다! 자료실에 사탕 두고 왔는데. 저 잠시 나갔다 올게요!"

 

작은 남자아이가 방에서 나갔다. 아이가 방에서 나가자마자 바닥에 내려놓았던 잭 오 랜턴이 깜빡깜빡하며 빛이 났다. 이제 돌아갈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누굴 닮아서 저렇게 덤벙대는 거냐? 란 너냐? 아니면 네 와이프냐?"

 

 

 

"세니카한테는 저런 면 없어."

 

 

 

"그럴 줄 알았다. 부전자전이라더니. 하필 저런 건 널 닮았냐."

 

 

"그러게. 날 닮지 말고 세니카를 닮지."

 

둘 사이에 오고 간 대화에서 나는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었다. 방금 전까지는. 느껴지는 위화감에 둘의 대화를 하나하나 곱씹어 보니 머릿속의 퍼즐 조각이 딱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맞춰진 퍼즐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잔인했다. 다시,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밀려왔다. 방금 나간 조그만 남자아이가, 어딘가 익숙한 그 아이가, 내가 죽기 전까지 품은 소중한 내 아이였다. 결국 태어나 무사히 자라줬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방을 나가기 전에 좀 더 얼굴을 봐둘걸.

 

그러나 이젠 시간이 없었다. 기껏해야 남은 시간은 1~2분 정도 일 터였다. 그래, 란 얼굴이라도 마음껏 보고 가자. 다음 핼러윈까지 버틸 수 있도록 많이 담아두고 가자. 그렇게 결심을 하고 힘없이 몸을 일으켜 너에게로 걸어갔다. 네 앞에 서서 팔을 뻗고 온몸으로 끌어안았다.

 

들리지는 않겠지만, 너에게 닿기를 바라며 나는 입을 열었다.

 

"먼저 떠나서 미안해. 너는 최대한 늦게 와야 해? 빨리 오면 혼낼 거야. 항상 몸조심하고, 내가 하지 말라고 했던 건 하지 말고. 그리고 우리 아이.... 예쁘더라. 아이에게 항상 미소 짓는 아버지가 되어줘. 내가 못한 만큼 잘해주고..... 마지막으로 내가 정말 사랑했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랜턴의 불빛이 점점 시들어갔다. 그에 따라 내 몸도 점점 사라져갔다. 마지막으로 시니즈의 힘을 쓸 수 있다면. 잠깐이라도 네가 날 볼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게 없을 텐데. 그렇지만 신은 매정하니까. 이렇게 다시 이별이야. 다음 핼러윈에 또 만나자.

 

안녕. 내 사랑.

 

 

 

 

 

 

 

 

 

 

 

 

 

 

(epilogue로 이어집니다)

 

[Epilogue]

 

 

 

 

침대 위에 쌓아져있는 비행기를 보고 텐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야, 애 올 때까지 멍하게 기다리지 말고 침대에 있는 비행기나 치.... 너 우냐?"

 

 

"몰라. 나도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어. 그냥 갑자기 너무...."

 

본인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란은 티슈를 찾아 침실 쪽으로 향했다. 침대 바로 옆의 티슈를 몇 장 뽑아 눈물을 닦은 란은 쌓아져 있는 종이비행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란은 한참 동안이나 그 더미를 바라보았다.

 

"텐, 여기 있는 종이로 종이비행기 접었어?"

 

 

"내가 뭐 하러 그런 걸 접겠습니까~ 그것도 네 방에 들어와서. 왜, 뭐 이상한거 라도 있어?"

 

 

란이 종이비행기 하나를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아니, 나갈 때는 분명 22개 였는데 오니까 하나 늘어나있어. 히아센이 그랬나..."

Fairy Lights

율라

(@YULA_1010)

[판타지/If/란세니]Hello, we

만일, 죽은 자의 세계에서 산 자의 세계로 갈 수 있다면. 이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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